새문안교회 대학생회창립 50주념 기념으로 발간된
 "시대의 횃불"의
이만열 교수님의 추천사 입니다

<축사>
"새문안의 신앙전통과 역사의식에 뿌린 내린 대학생회"

 창립 50년을 맞는 새문안교회대학생회의 역사와 증언을 읽으며 마치 그 시대를 직접 체험하는 것 같은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시대의 아픔과 예언자적 외침을 망각한 채 역사 의식도 거의 마비된 듯한 오늘날 이 교회가 한때 활화산처럼 에너지를 뿜어댔다니 믿기지 않는다. 소수의 젊은이들이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며 한국 교회를 선도해 갔던 것이다. 이 책은 한 교회 대학생회의 역사를 정리한 것 치고는 너무나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다.

 새문안교회는 1885년 4월 5일 부활주일에 입국한 언더우드가
1887년 9월 27일 10여 명에게 세례식을 거행하고 설립한 교회다. 한국장로교회의 요람이면서 최초의 정규 조직교회로 여겨지고 있는 새문안교회는 일찍부터 자전, 자조, 자치의 방침에 따라 자립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또한 교회 설립 100주년을 맞아서는 정확한 개교회사를 편찬, 한국 교회사 연구에 획기적인 준범(遵範)을 보여 주었다. 그런 전통과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질풍노도와 같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새문안 대학생회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그들의 활동을 남기게 되었다.

  1961년 5·16 쿠데타, 1972년 10월 유신과 군사정권, 1979년 10·26 이후 신군부의 반동적 정권이 집권한 시기는 이 책에서 서술하는 xii 대학생회의 활동 기간(1967~1989)과 겹친다. 20년 남짓한 활동 기간동안 새문안교회의 대학생회는 중요한 계기마다 크리스천 젊은이들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초창기에는 다른 대학부와 차별성이 없었지만,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의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을 계기로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한 몸을 희생한 전태일의 분신은 새문안교회대학생회의 성격과 방향뿐만 아니라 수많은 회원들의 인생을 변화시킨 중요한 사건이었다. 새문안교회대학생회는 그 죽음에 대한 참회와 호소의 금식기도회를 갖게 되었고, 횃불집회를 시도하는 등 기독학생들의 의식을 깨워 갔으며, 교회와 사회에 역사적 방향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중정과 경찰 등 당국의 감시도 받게 되었지만,
대학생회는 민주수호기독청년협의회의 활동과 공명선거활동에 나섰고, 도시빈민 선교 등 사회활동과 유신반대 민주주의 수호 운동에도 나서게 되었다. 그 결과 1974년 민청학련사건 때는 이 교회에서만 7명의 대학생들이 옥고를 치르게 되었다.

 새문안교회대학생회가 남긴 역사적 의미는 대단히 소중하다.
1970~80년대 한국의 인권과 민주화운동 및 통일운동이 그리스도인들과의 관계 하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새문안교회대학생회의 업적은 한국현대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대학생회가 이렇게 유신과 신군부의 엄혹한 탄압하에서도 선한 싸움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신앙적 정체성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농활이나 야간학교 등의 사회봉사 활동 못지않게 성경공부와 세미나, 교육과 친교를 쌓아갔고 언더우드 강좌 등을 통해 신앙적 지성과 선진적인 신학사조의 폭을 넓혀 갔다. 

 이들의 활동 배후에는 강신명 목사를 비롯한 홍성현, 김종렬, 김용복 같은 지도자들의 포용력이 있었고, 한국의 모교회가 지닌 신앙전통과 부모와 선배들의 끊임없는 기도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하지 않을 수xiii 없다. 

유신 신군부시대의 한국 교회의 지성과 운동을 이해하려면, 이 책에 제시된 시대적 과제와 젊은이들의 신앙적 지성에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만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