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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감사, 생을 바라보는 관점
작성자 관리자(jjhjjh) 등록일자 2018-11-07 오후 3:06:30
조회 1576

감사, 생을 바라보는 관점

목회를 하다 보면 사람이 참으로 건조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실 사람의 영혼을 다루는 일의 특성상 목회자만큼 풍부한 정서와 감성을 요구하는 사역이 거의 없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하루 하루가 너무나 뻔하고, 한주 한 주가 같은 삶의 패턴의 반복이다.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주일날 밤 나는 다음 날의 소그룹 훈련을 준비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설교를 하는 목회자에게 주일 밤은 설교의 십자가를 내려놓고 잠시 몸과 영이 안식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아쉽게도 그날 밤은 월요일 아침부터 다른 사역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다른 날 할 일을 미리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중한 시간에 또다시 사역을 위해 자리에 앉아야 하다니, 한 주중의 가장 행복한 단 몇 시간도 이번 주는 즐길 수가 없는가?’라는 약간은 짜증섞인 마음이 내 마음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훈련 교재를 묵상하는 중 구약의 의인 욥이 고난받기 시작하는 익숙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는 욥의 자녀들이 ….음식을 먹으며 포도주를 마실 때에….” 그런데, 지극히 평이하고 대수롭지 않은 한 단어가 내 눈길을 끌었다. ‘하루는!’ 지극히 평범한 어느날, 별 의미없이 그냥 왔다 그냥 가는 수천, 수만날 중의 어느 날과 같은 그 평범한 날, 그 평범한 어느 날이 욥에게는 모든 것을 잃어 버리는 ‘바로 그 날’이 되고 말았다.

머리에서 번뜩 번개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구나! 이 세상의 어느 누가 당하는 고난도 예고한 채 오지 않는다. 고난이라는 도적은 나의 허락도 동의도 받지 않고 내 인생에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때 그 순간 어느날은 바로 ‘그날’이 된다.’ 만일 이것이 맞다면 이 지극히 평이한 주일 저녁에 이 자리에 앉아 내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 사실은 절대 당연한 것이아닌 것이다. 나는 그날 갑작스런 불청객으로 인해 그 자리에 앉아 있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일을 주변에서 적지 않게 경험하곤 한다. 아침에 인사하고 나간 남편이 어느날 저녁에 사고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고, 먼 타지에서 공부하는 자녀와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 받는 카톡이 그 어느날 자녀의 갑작스런 질병으로 먹통이 될 수도 있다. 당연한 것은 절대로 없다. 그것은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에게도 진실이다. 욥이 어느날 당한 고난의 장면은 나로하여금 주일 저녁의 일상을 보는 눈을 바꿔 놓
았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비록 잠시나마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소파에 앉아 있는 아내도 달리 보이고, 늘 그렇게 그 자리에 아무 변화도 없이 존재하고 있어 지루하기까지 했던 집기며 심지어 작은 사진들까지도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주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주일 저녁에 일할 수 있도록 건강한 것이 감사하고, 그 일을 통해 섬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또한 감사하게 느껴졌었다. 아! 감사는 생을 보는 관점이구나!

그 때 그 순간에 딱 들어맞는 말씀이 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라는 디모데전서 4장 4절 말씀. 위대한 대사도 바울은 복음을 위해 목숨을 건 인생여행의 끝에 생을 바라보는 선물하나를 얻었던 것 같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다!” 좋은 일, 나쁜 일, 슬픈 일, 기쁜 일, 행복한 일, 불행한 일이 결국은 다 선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한 사람의 인생을 의미있게 엮어내기 때문이라. 좋은 일뿐 아니라 내 인생에 찾아온 불청객까지도 결국은 하나님의 일을 이루는데 선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라. 그는 천하만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여 지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일상도 꿰뚫어 보면 창조주의 손길이 지금 떠 받치고 있기에 그 날이 평범한 하루일 수 있다. 부활을 알지 못하고 코끝에 숨이 멎으면 그것으로 생이 끝나 버리는 사람에게도 이것이 진실일진대, 하물며 부활과 영생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수놓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랴?

감사의 달 11월이다! 감사할 것이 있기에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생의 조각 하나를 떼어 이리 저리 곱씹어 가면서 감사할 수 밖에 없는 은혜의 단물이 나와 내가 섬기는 공동체를 넉넉히 적시면 좋겠다. 각박한 현실, 경제의 어려움,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감사할 조건을 찾아내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것 같은 현실을 보며 ‘그럼에도 생은 감사한 선물이다’는 마음들이 차올라야 하겠다. 바로 그 하나님의 현실(Reality of God)에서 나온 긍정의 에너지가 이 땅을 희망으로 일구는 능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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