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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설교론 (2)
작성자 관리자(jjhjjh) 등록일자 2018-05-06 오전 9:09:53
조회 2296

설교자는 강대상에 원고를 갖고 올라오지 않는다. 그는 그 설교가 있기까지 살았던 삶을 갖고 올라온다.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를 개인간증으로 축소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가 하나님 앞에서 몸부림친 삶의 흔적, 자신이 만난 하나님, 여태까지의 신앙의 흔적을 주렁주렁 뒤에 매달고 강대상에 올라온다. 설교자로서의 삶의 성공과 실패, 영광과 치욕,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두움, 이 모든 것들을 품고 설교자는 강대상에 선다.

설교자로서 나는 ‘예수 믿으면 성공한다’거나, ‘예수 믿었더니 이렇게 좋아졌다’고 말하는 식의 축복설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오해말자! 하나님을 믿으면 축복을 받는다. 그러나 축복의 내용이 다르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축복설교는 듣는 성도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나, 이는 우리가 경험하는 신앙의 리얼리티(reality) 즉 실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 성공이 있기 위해서, 자신이 가졌던 눈물 어린 기도에 대해서는 왜 말해주지 않는가?

미국의 대안교육학자이자 영성사상가인 파커 팔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신앙의 길에는 사랑과 기쁨의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우리는 자신들이 겪었던 어둠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빛의 세계로 들어오고 나면 자기는 한번도 희망을 잃은 적이 없으며, 기나긴 밤 두려움에 웅크려 떤 적도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는 것이다.” 좋은 설교는 설교자 자신이 ‘어두움을 통해 빛으로 나온 흔적’을 통해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영광을 드러내려 한다. 영웅 심리나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의도를 정화한 후, 담백하고 진솔하게 어둠 속에 함께 계신 하나님을 말해준다. 이 영성가는 계속 말한다. “오늘날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데, 우리 어른들은 자기 인생의 어두운 부분을 꼭 감추어 둔 채 그들을 모질게 대한다.” 목회자들도 성도들을 이런 면에서 모질게 대한다. 자신들이 지금 겪고 있는 어두운 세월이 자신들의 허물에 대한 하나님의 처벌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정말 그런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한 상황인지는 잘 분별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설교자는 자기 삶에서 빛과 어두운 밤 속에 만난 하나님을 함께 말해 줌으로써 청중으로 하여금 자기의 지금의 고난 찬 삶의 족적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내리시는 하나님의 처벌이 아니라, 빛으로 생명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해산의 시기임을 환기하여 희망을 갖게 해 주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설교를 듣는 청중 또한 설교자에게 선포된 말씀과 도덕적 삶과 영성이 철저히 합치된 영웅적 모습을 기대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청중은 설교자 자신이 성공적, 영웅적, 도덕적으로 살았던 삶의 내용만을 설교의 주제로 선택할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만일 그렇게 기대한다면, 이는 설교자를 위선자로 만들거나, 메시아닉 콤플렉스에 빠진 거대증 환자 같이 만들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보배가 설교자라는 죄인 된 인간의 성서해석, 하나님 경험, 인간적 한계에 담겨서 전달된다는 면에서, 설교는 질그릇에 담긴 보배이다. 설교자는 자신의 약함 속에서 역설적으로 강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드러내는 데에 주저해서는 안된다. 동시에 청중은 약함을 드러내는 설교자를 허물 있는 존재로 취급해서 약함 속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드러내려 했던 설교자의 진실을 외면하거나, 상하게 해서도 안된다.

이렇게 말하면, 좋은 설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설교에 삶과 인격과 설교자 자신의 독특한 영성을 주렁주렁 달고 올라오는 설교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한국 교회 설교자는 ‘말쟁이’가 되었다. 삶과 인격과 진실과 자신만의 영성이 담겨있지 않는 설교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두 가지 – 자기만의 설교, 삶과 인격과 영성이 따라오는 설교 – 만 회복되어도 반드시 교회가 회복된다고 믿는다. 기독교를 <말의 신앙>의 허울에서 건져내어 < 말씀의 신앙>으로 올려 드릴 수 있다. 우리 하나님은 “영과 진리”로 자기를 드러내는 자를 통해서 반드시 자기를 드러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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