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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그리스도께서 너희를 사랑하신 것 같이 너희도 사랑 가운데서 행하라그는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버리사 향기로운 제물과 희생제물로 하나님께 드리셨느니라 (에베소서 5:2) 사진의 현장은 주로 문래동 철공소로 작업장에 들어서면 바닥에 쌓인 잿빛가루와 굽은 허리의 노인을 마주하게 된다. 한쪽 구석에는 각기 다른 비눗갑과 비누조각들이 색의 조화를 이루고, 이 케케묵은 풍경들은 나를 아주 먼 과거의 시간으로 이끌었다. 처음이지만 익숙한 공간, 낡음의 조각들. 이 이끌림으로 시작된 사진전 는 비누라는 소재를 통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누는 너무 익숙하게 우리들의 생활 속에 놓여있어 매우 하찮게 느껴지지만 그것은 수십 년을 철공소에서 일하고 있는 옆집 아저씨, 밭일을 하며 근근이 먹고사는 할머니, 달동네 후미진 곳에 기거하는 독거노인들의 고된 노동의 피로를 닦아준다. 이렇듯 우리들의 땀과 피로를 씻어주며 스스로 소멸되는 희생은 점점 작아지는 시간의 흔적으로 나타난다.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이라 노래한 어느 시인의 연탄 한 장과도 같이, 비누 또한 시간의 흔적 속에 희생과 죽음의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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