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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
작성자 관리자(jjhjjh) 등록일자 2018-10-07 오전 8:14:51
조회 1745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

저는 모든 신앙인은 공통적으로 이루려고 하는 열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세상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인격이 넓어지며, 삶의 모든 것을 꿰뚫는 지혜의 문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간절히 열망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이르지 못합니다. 왜입니까? 바로 그 과정에 이르는데 꼭 가져야 하는,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을 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속 곧 죄사함은 예수님의 피 공로로 거저 받는 것이나, 예수님의 장성한 분량으로 자라나는 데는 인도하시는 손길을 단순한 마음으로 따라가는 담백한 인내심을 요청합니다.

버트란트 러셀이라는 영국의 철학자가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행복해지려 하는 사람이 한 가지 길러야 할 능력이 있으니, 바로 권태를 이기는 힘이라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권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생산적인 권태”와 “파괴적인 권태”입니다. 파괴적인 권태는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하고, 삶의 역동성을 떨어뜨려 생기를 잃게 합니다. 반면에 생산적인 권태는 표면적으로는 지루하고 따분해 보이나, 그 속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소중한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입니다. 러셀은 말하기를, 모든 위대한 일은 이 권태와 지루함을 견디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고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평생 자기 집 반경 10km를 넘어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는 지극히 단순하고 지루한 그의 삶에는, 인류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어 주는 위대한 힘이 들어있었습니다.

문학세계에서는 작가의 유형에 고슴도치형과 여우형이 있다고 합니다. 여우형은 세상의 다채로운 문제를 그때그때 기민한 발상과 순발력으로 표현해내는 작가 스타일을 말한다면, 고슴도치형은 자기 내면에 꽂힌 한 가지의 본질적 문제의식을 갖고 외곬에 가까울 만큼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는 스타일을 일컫습니다. 어떤 스타일의 문학가가 인류 역사에 더욱 위대한 흔적을 남겼을까요? 바로 고슴도치형입니다. 플라톤, 헤겔, 도스토예프스키가 바로 전형적인 고슴도치형 작가들이라 합니다. 이들은 자기 가슴에 꽂힌 한 가지 주제를 붙잡고 거의 외곬에 가까울 정도로 지루함을 견디며 자신의 주제를 풀어가는 일에 충실했습니다.

저는 목회에도 고슴도치형과 여우형이 있다고 봅니다. 자기가 옳다 여기는 목회의 본질과 철학을 집요하게 교회공동체에서 실현시키려 하나님과 씨름하는 고슴도치형 목회자가 있는가 하면, 뜬다는 프로그램 좋다는 세미나 기민하게 쫓아다니며 자신의 교회에 이식하려고 하는 여우형 목회자가 있다고 봅니다. 이들은 하나의 목양철학이 공동체에 뿌리내리는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예부터 종교심이 뛰어난 민족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 영적 혈통을 이어받은 한국 기독교인들은 깊은 영, 넓은 인격, 세상을 꿰뚫는 지혜를 향한 열망에 있어서는 다른 민족이나 공동체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간절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간절한 소원이 현실로 육화(肉化)되어 어떤 결실을 거두는 경우를 많이 보지는 못합니다. 이 결실을 위해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한 가지 결심한 일에 집중하는 힘을 기르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함석헌 선생은 이런 현상을 놓고,  한국 백성이 종교성은 뛰어나되 그 종교심의 뿌리가 깊지 못하다 일갈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의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진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에 족할는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계산하지 아니하겠느냐”(눅 14:28)

 신앙의 망대를 세우고자 하는 자, 영이 깊어지고 인격이 바다같이 넓어지며, 세상을 꿰뚫는 지혜로 쓰임 받고자 하는 자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드는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무 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 것 같은 단순하고, 지루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오늘 우리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의 일을 이루기 위해 이 ‘지루함을 이기는 능력’을 위로부터 부여받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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