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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이브리드(hybrid) 교회의 가능성과 한계
작성자 관리자(jjhjjh) 등록일자 2022-06-05 오전 10:43:52
조회 786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구촌 전체의 환경을 단숨에 뒤바꿔 놓았습니다. 20~30년 뒤에나 올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이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가운데 불과 2~3년 만에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네크워크에 기반한 비대면 문화입니다. 인간관계의 교류나 회의문화에서부터 쇼핑과 배달에 이르기까지 어릴 적 본 미래영화에서 나왔던 현상이 오늘 우리 자신의 실제 삶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비대면 문화 현상은 교회의 사역과 경건생활에도 동일한 범위와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이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온라인예배’가 시작되고 다양한 양육과 훈련, 회의 그리고 만남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만일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한 비대면 사역이 불가능했다면, 지금과 같은 교회의 영적상태를 유지하기는 대단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 이 비대면 접촉을 가능하게 한 디지털 네트워크는 분명 하나님의 섭리요, 은혜의 도구였습니다. 물론 고집스럽게 대면예배를 주장하고 이를 지켜왔던 교회들도 있지만, 이들도 예배 외에는 다양한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교회의 활동을 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디지털 네트워크가 팬데믹 시대의 교회에 미친 유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코로나가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디지털 온라인 사역에 대한 논의가 기독교안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반적 의견은 더 이상 교회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코로나 이후(post-Corona)는 코로나 전(pre-Corona)상태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지난 2년 반 동안에 코로나에 대응하느라 가져온 다양한 문화가 이미 우리 자신의 것이 되었는데, 코로나가 끝났다 하여 그 문화들의 편익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 문화를 버리고 다시 이전 문화로 돌아가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분명 코로나 이후에 새로운 문명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교회도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교회에 들어온 다양한 디지털 문화는 이미 우리 자신의 것이 되었고, 성도들은 그 유익을 누렸습니다. 그렇기에 코로나 이전의 교회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제 교회는 온라인 사역과 오프라인 사역을 병행하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이를 일컬어 ‘하이브리드 교회(hybrid church) 현상’이라 합니다. 이제 코로나 이후 교회는 하이브리드 교회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런 문화 현상에 대한 평가를 해봐야 합니다. 그 가능성과 잠재력은 인정하면서, 동시에 이 온라인 문화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을 살펴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문화 현상이 그러하듯이 온라인 사역도 가치 판단을 할 겨를도 없이 불쑥 우리의 삶 한복판에 자리를 잡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교회 특히 대형교회는 이 디지털 네크워크에 기반한 온라인 사역을 양날의 칼처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합니다. 비대면 사역이 자칫 지속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양극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그 자체가 생명입니다. 교회의 현상은 하나의 생명현상입니다. 개교회의 군집이라 할 수 있는 한국 교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생태계 안에는 큰 나무부터 중간 크기의 나무와 어린 나무 그리고 온갖 풀과 잡목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군집을 형성하고 생태계를 만들어 갑니다. 이 생태계 안의 생명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며 상호 공존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교회는 작은 교회들과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큰 교회의 활로가 작은 교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심지어 작은 교회의 생명력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면 우리는 이를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디지털 네트워크를 갖춘 대형교회의 비대면예배가 작은 교회에 이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작은 교회는 지역에 기반을 두며, 교제와 친밀함의 따뜻한 공동체를 제공해 줌으로 자신의 활로를 이어갑니다. 그런데 지역의 한계를 넘어 집안의 깊은 내면까지 파고 들어오는 대형교회의 예배와 설교는 대형교회가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작은 교회의 기반 자체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응급상황에서는 이런 것까지 판단할 겨를이 없었지만, 이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에서는 마땅히 하나님의 자녀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형제자매 공동체의 여건과 환경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일 이를 외면하고 개교회주의에 함몰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승자독식을 추구하는 이 세상의 존재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음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대형교회의 하이브리드 사역은 절제와 겸양의 덕을 갖추어야 합니다. 한국 교회 생태계의 건강한 활로를 위해 자기를 절제하며, 자기 경계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덕을 갖추어야 합니다. 온라인 사역을 무한히 확장하고픈 마음도 있습니다. 대단히 매력적이니까요. 저도 이 매력을 압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유혹입니다. 대형교회는 이 유혹을 뿌리치고 꼭 필요한 범위 안에서만 온라인 사역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큰 존재는 작은 존재가 갖지 못한 사명과 윤리적 책임이 있습니다. 대형교회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힘을 주었을 때에 그에 걸맞은 책임과 사명도 같이 주었으며, 이 윤리적 책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타자를 향하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 타자 중에 교회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 가장 관심 갖는 타자가 작고 연약한 교회들이요, 개척교회들입니다. 생태계로 치면 어린 나무들입니다.

우리 새문안교회는 자타가 한국 교회의 어머니 교회라 부릅니다. 어머니의 사명은 자녀를 살피고, 돌보며, 환대하고, 품는 것입니다. 모성적 사랑에 기반한 거룩한 책임을 진다는 말입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어머니 교회인 새문안교회는 하이브리드 교회 시대에도 이 책임에 걸맞은 자기 행보를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본 교회에 꼭 필요한 정도만 온라인 사역과 예배를 이어가고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성숙함으로 자칫 의도하지 않게 연약한 교회들의 경계를 침범해서 그들 교회의 생명력을 약화시키지 않게 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 대형교회들과 소통하여 교단이 온라인 사역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만들어 주어, 작은 교회를 살피고 돌보는 기준을 세우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한국 교회라는 생태계는 더욱 생명력이 왕성하게 될 것이며, 하늘의 하나님은 이를 보시며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큰 나무들을 보시며 기뻐하실 것입니다.

“믿음이 강한 우리는 마땅히 믿음이 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고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할 것이라” (롬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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